스위스 연구진이 개발한 혁신적인 인공지능 시스템이 세계에서 가장 탄소 집약적인 산업 중 하나인 시멘트 생산 분야에 혁명을 예고하고 있다.
폴 셰러 연구소(PSI) 원자력공학 및 과학센터의 다학제 연구팀은 '디지털 요리책' 역할을 하는 AI 모델을 개발했다. 이 AI는 친환경 시멘트의 최적화된 조성법을 전통적인 실험 방식으로 수개월 또는 수년이 걸리던 작업을 단 몇 초 만에 완성한다.
연구 책임자인 수학자 로마나 보이거는 "수천 가지 조합을 실험실에서 테스트하는 대신, 우리는 모델을 통해 실용적인 조합 제안을 몇 초 만에 도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AI는 다양한 시멘트 조성에 따른 총 CO2 배출량을 기존 모델링 방식보다 약 1,000배 빠르게 계산한다.
이 혁신의 의미는 매우 크다. 시멘트 생산은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약 8%를 차지하는데, 이는 항공 산업 전체의 3배가 넘는 수치다. 이 배출량은 크게 두 가지에서 발생한다. 첫째는 1,400°C까지 가열하는 로터리 킬른의 에너지 집약적 공정, 둘째는 석회석이 클링커로 변환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화학적 CO2 방출이다.
AI 시스템은 특히 이러한 배출을 겨냥해, 시멘트의 핵심 결합 특성을 유지하면서 클링커를 부분적으로 대체할 수 있는 대체 시멘트 재료를 찾아낸다. PSI 시멘트 시스템 연구 그룹장 존 프로비스는 "배출량을 몇 퍼센트만 개선해도 수천, 수만 대의 자동차에 해당하는 이산화탄소 감축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스위스 넷제로 배출 우수센터(SCENE)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시멘트 화학, 열역학, 인공지능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성이 결합됐다. 연구진은 유망한 시멘트 조성법을 다수 발견했으며, 이 후보들은 건설 산업 적용 전 실험실 테스트를 거칠 예정이다.
2029년까지 친환경 시멘트 시장이 521억 5,00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이번 AI 혁신은 건축의 핵심 소재 탈탄소화에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기술은 인공지능이 가장 시급한 환경 문제 해결을 얼마나 가속화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