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하드웨어 분야에서 중요한 돌파구가 마련됐다. 연구진이 실리콘을 대체할 차세대 AI 처리 시스템의 기반으로 유리섬유를 활용할 수 있음을 입증한 것이다.
핀란드 탐페레 대학교와 프랑스 마리 에 루이 파스퇴르 대학교의 공동 연구팀은 초박형 유리섬유를 통해 강력한 레이저 펄스를 전달함으로써, 전례 없는 속도로 AI 유사 연산을 수행할 수 있음을 성공적으로 시연했다. 이들의 연구 결과는 Optics Letters에 게재되었으며, 신경망에서 영감을 받은 '익스트림 러닝 머신(Extreme Learning Machine, ELM)'이라는 새로운 컴퓨팅 아키텍처를 제시한다.
연구를 이끈 마틸드 하리 박사와 안드레이 에르몰라예프 박사는 "기존 전자공학과 알고리즘 대신, 강한 빛 펄스와 유리의 비선형 상호작용을 이용해 연산을 수행한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머리카락 굵기의 일부보다도 작은 영역에 수십억 분의 1초(펨토초) 단위의 레이저 펄스를 가두어, 광 기반 ELM 시스템을 구현했다.
이 방식은 기존 전자식 컴퓨팅에 비해 상당한 이점을 제공한다. 전통적인 전자회로는 대역폭, 데이터 처리량, 전력 소모 측면에서 한계에 다다르고 있지만, 광섬유는 입력 신호를 수천 배 빠르게 변환하고, 미세한 차이도 비선형 상호작용을 통해 뚜렷하게 증폭할 수 있다.
AI 분야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 AI 모델이 점점 대형화되고 에너지 소모가 급증하면서, 전자식 연산의 한계가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광 컴퓨팅은 처리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이면서 에너지 소비를 줄일 수 있는 해법이 될 수 있다. 이는 대규모 AI 시스템 확장에 있어 핵심적인 고려사항이다.
연구를 이끈 고에리 젠티 교수는 "물리학과 머신러닝의 융합을 통해 초고속·초저전력 AI 하드웨어로 가는 새로운 길을 열고 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궁극적으로 실험실 밖에서도 실시간 동작이 가능한 칩 내장형 광 시스템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번 연구는 핀란드 연구위원회, 프랑스 국립연구청, 유럽연구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으며, 실시간 신호 처리, 환경 모니터링, 초고속 AI 추론 등 다양한 분야에 응용될 전망이다. 실리콘 기반 컴퓨팅이 물리적 한계에 다다른 현시점에서, 이번 광 컴퓨팅 돌파구는 AI 처리 기술의 미래를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