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의 미래를 바꿀 획기적인 연구 성과가 유럽에서 나왔다. 두 연구팀이 빛의 힘을 활용해, 일반 유리섬유로 초고속 AI 컴퓨팅 시스템을 구현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핀란드 탐페레 대학교의 마틸드 하리 박사와 프랑스 마리 에 루이 파스퇴르 대학교의 안드레이 에르몰라예프 박사가 이끄는 공동 연구팀은, 강력한 레이저 펄스가 얇은 유리섬유를 통과할 때 신경망 연산을 전례 없는 속도로 모방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기존 전자회로나 알고리즘 대신, 강렬한 빛 펄스와 유리 사이의 비선형 상호작용을 이용해 연산을 수행합니다."라고 하리 박사와 에르몰라예프 박사는 설명했다. 이 시스템은 신경망에서 영감을 얻은 '익스트림 러닝 머신(Extreme Learning Machine)'이라는 특수 컴퓨팅 아키텍처를 구현했다.
연구진은 이미지 인식 테스트에서 91%를 넘는 정확도를 달성했으며, 연산 속도는 펨토초(1펨토초=1천조분의 1초) 단위에 이른다. 이는 기존 전자식 시스템보다 수천 배 빠른 처리 속도다.
이번 돌파구는 전통적 전자 기술이 대역폭, 데이터 처리량, 전력 소모 측면에서 한계에 다다른 시점에 나왔다. AI 모델이 점점 복잡해지고 에너지 소모도 급증하면서, 업계는 기존 기술의 확장성에 큰 도전에 직면해 있다.
에르몰라예프 박사는 "우리 모델은 분산, 비선형성, 심지어 양자 잡음이 성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주며, 차세대 하이브리드 광-전자 AI 시스템 설계에 중요한 지식을 제공합니다."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궁극적으로 실험실 밖 실제 환경에서도 실시간으로 동작하는 칩 내장형 광학 시스템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연구의 파급 효과는 학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실시간 신호 처리, 환경 모니터링, 초고속 AI 추론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될 수 있다. 데이터센터가 AI 시스템의 막대한 전력 소모로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광자 컴퓨팅은 더 빠르고 지속가능한 인공지능 실현을 위한 유망한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번 프로젝트는 핀란드 연구위원회, 프랑스 국립연구청, 유럽연구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진행됐다. 광학 컴퓨팅은 지난 5년간 약 36억 달러의 투자가 이뤄진 분야로, 업계가 기존 실리콘 기반 시스템을 대체할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가운데 이번 연구는 실용화에 한 걸음 더 다가선 성과로 평가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