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처리 분야에서 획기적인 진전이 이뤄졌다. 유럽 연구진이 전기가 아닌 빛을 활용해 전례 없는 속도로 복잡한 연산을 수행하는 새로운 컴퓨팅 방식을 선보인 것이다.
이번 돌파구는 핀란드 탐페레 대학교와 프랑스 마리 에 루이 파스퇴르 대학교 연구팀의 협업에서 나왔다. 연구진은 카메라 플래시보다 10억 배 짧은 펨토초 레이저 펄스를 초박형 유리섬유에 통과시켜 AI와 유사한 연산을 성공적으로 구현했다. 이 성과의 핵심은 연산 속도와 효율성에 있다. 연산을 1피코초 미만의 시간에 완료하면서도, AI 시스템의 표준 테스트인 MNIST 손글씨 숫자 인식 벤치마크에서 91% 이상의 정확도를 기록했다.
고에리 젠티, 존 더들리, 다니엘 브루너 교수는 “비선형 광섬유 광학의 기초 연구가 새로운 컴퓨팅 접근법을 이끌 수 있음을 이번 연구가 보여준다”며 “물리학과 머신러닝을 융합함으로써 초고속·저전력 AI 하드웨어로 가는 새로운 길을 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시스템은 머리카락보다 가는 광섬유에 여러 파장의 레이저 펄스를 보내 작동한다. 연구진은 이미지 데이터에 따라 각 파장 간 상대적 지연을 부여해 정보를 인코딩한다. 빛이 광섬유를 통과하는 동안, 빛과 유리의 비선형 상호작용이 스펙트럼을 변화시키며 인코딩된 정보를 보존하고 처리한다.
흥미롭게도, 연구팀은 비선형 상호작용을 극대화할 때가 아니라 시스템의 복잡성을 정밀하게 조율할 때 최적의 성능이 나온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통찰은 향후 광자 컴퓨팅 시스템 개발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연구진은 현재 실험실 밖에서도 실시간으로 작동할 수 있는 칩 기반 광학 시스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기술이 성공적으로 상용화된다면, 기존 전자식 시스템 대비 에너지 소비를 획기적으로 줄이면서 처리 속도는 수십~수백 배 이상 높일 수 있어 AI 처리 방식에 혁명을 가져올 전망이다.
이번 연구 결과는 Optics Letters에 "Limits of nonlinear and dispersive fiber propagation for an optical fiber-based extreme learning machine"라는 논문명으로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