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중 로봇 분야에서 중요한 진전이 이뤄졌다. 캘리포니아 공과대학교(칼텍)의 연구진이 잠수 로봇이 난류를 극복의 대상이 아닌 추진력의 원천으로 활용하도록 가르치는 데 성공했다.
존 다비리(John Dabiri) 교수와 현재 브라운대학교에 재직 중인 전 칼텍 대학원생 피터 군나르손(Peter Gunnarson)이 이끄는 연구팀은, CARL-Bot이 수중의 연기 고리와 유사한 소용돌이 고리를 감지하고 이를 이용해 효율적으로 이동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 연구 결과는 2025년 5월 12일 학술지 PNAS Nexus에 게재됐다.
"수중 로봇이 난류를 추진력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오히려 이 난류가 소형 로봇에게는 이점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됐습니다."라고 CARL-Bot(칼텍 자율 강화학습 로봇)을 직접 제작한 군나르손은 설명했다.
이 로봇은 내장된 단일 가속도계를 이용해 소용돌이 고리를 감지하고, 정밀한 동작을 통해 소용돌이의 경계 안으로 스스로를 위치시킨다. 일단 소용돌이에 탑승하면, 추가 에너지 소모 없이 먼 거리를 이동할 수 있다. 16피트(약 4.8m) 길이의 실험 수조에서 실시한 실험 결과, 이 방식은 기존 추진 방식 대비 에너지 소비를 거의 5배 가까이 줄였다.
CARL-Bot은 원래 인공지능 기반의 자율 항해 기능을 염두에 두고 설계됐으나, 연구진은 수중 환경에서는 더 단순한 의사결정 방식이 효과적임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소용돌이 고리의 위치를 감지하고, 로봇이 그 위에 올라타 '공짜로 이동'할 수 있도록 돕는 기본 명령어를 개발했다.
이 기술은 배터리 용량이 제한적이고 해류에 쉽게 휩쓸리는 소형 자율 잠수정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어, 해양 탐사 분야에 큰 변화를 가져올 전망이다. 환경 모니터링, 해양학 연구, 해저 인프라 점검 등 장기 임무 수행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다비리 교수는 이 원리를 인공 해파리 연구에도 적용해, 생물과 전자 제어가 결합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통해 효율적인 해양 탐사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