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이 '양자 컴퓨팅의 성배'라고 부르는 쾌거가 현실이 됐다. 연구진이 양자 하드웨어에서 무조건적 지수적 속도 향상을 달성하며, 이론적 전제 없이 양자 컴퓨터가 고전 컴퓨터를 확실히 능가할 수 있음을 입증한 것이다.
이번 획기적인 연구는 2025년 6월 5일 Physical Review X에 게재됐으며, 양자 오류 수정 분야의 권위자인 USC 공학과 교수 다니엘 리다르가 이끌었다. USC와 존스홉킨스대 연구진과 함께한 리다르 팀은 IBM의 127큐비트 이글(Eagle) 양자 프로세서 두 대를 클라우드를 통해 원격으로 운용하며 지수적 우위를 시연했다.
이번 성과가 특히 중요한 이유는 속도 향상이 '무조건적'이라는 점이다. 즉, 입증되지 않은 가정에 의존하지 않는다. 리다르는 "이전의 속도 향상 주장은, 양자 알고리즘과 비교할 더 나은 고전 알고리즘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가정이 필요했다"며 "이번에 우리가 입증한 지수적 속도 향상은, 최초로 무조건적이기 때문에 그 성능 격차가 뒤집힐 수 없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실제 양자 하드웨어에서 구현할 수 있도록 수학적 난제인 사이먼 문제를 변형해 적용했다. 사이먼 문제는 함수 내 숨겨진 패턴을 찾는 과제로, 양자 컴퓨팅 분야를 연 계기가 된 쇼어의 소인수분해 알고리즘의 전신으로 평가된다. 연구팀은 양자 시스템에서 흔히 발생하는 노이즈와 오류를 극복하기 위해 동적 디커플링(dynamical decoupling), 측정 오류 완화(measurement error mitigation) 등 정교한 오류 억제 기법을 활용했다.
리다르는 "이번 결과가 '추측 게임'을 이기는 것 외에는 실용적 응용처가 없다"고 신중히 평가했지만, AI 분야에 미칠 파급 효과는 크다. 양자 컴퓨터가 계속 발전할수록, 현재 막대한 컴퓨팅 자원이 필요한 최적화 문제나 복잡한 계산에서 머신러닝 프로세스를 획기적으로 가속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양자 강화 AI 알고리즘은 이미 특정 응용 분야에서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양자 기술은 커널 기반 머신러닝의 속도, 정확도, 에너지 효율을 고전적 방법보다 크게 높일 수 있다. 양자 하드웨어가 대형화될수록, 이러한 이점은 기존의 계산 한계로 불가능했던 새로운 AI 역량 실현을 가능하게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성과는 양자 컴퓨팅이 오랜 기간 약속해온 지수적 속도 향상을 확실히 입증하며, 실제 응용에서 '실질적 양자 우위' 달성을 향한 중요한 이정표로 평가된다.